“다녀왔어”
아, 돌아왔다. 널 하루 종일 기다리던 이 침대가 조금은 지겨워질 무렵이었다. 보고 싶었다. 두 눈 안에 흰 와이셔츠와 검정 자켓을 갖춰 입은 순영이 들어온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건 본능이었다. 순영의 두 손목을 움켜잡았다. 읏, 깨문 입술 사이로 작은 신음을 터트리며 순영은 몸을 비튼다. 신음 사이로 섞인 더운 숨이 야살스럽다.
석민의 미간이 살짝 구겨진다. 저건 흥분했단 증거. 툭 튀어나온 목울대가 꿀꺽, 움직인다. 그대로 순영을 침대로 이끈다. 조금 흔들리는 순영의 눈동자.
“석민아, 잠깐,”
들은 척도 않는다, 그대로 순영의 입술을 집어삼킨다. 미처 공기 중으로 내놓지 못한 말이 순영의 입 안으로 밀려들어간다. 석민은 혀로 순영의 혀를 감싸며, 성급히 그를 침대위로 눕힌다. 내던졌다, 라는 표현이 맞을까, 순영은 자신이 침대로 떨어진 반동에 몸을 가누지 못한다.
석민의 커다란 왼손이 순영의 뒷목을 부드럽게 부여잡는다. 혀눌림은 전혀 부드럽지 않은데도. 고요 속에 서로의 타액이 짙게 얽히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석민은 오른손으로 순영의 앞머리를 정돈해준다. 그의 고운 검지가 열기가 가득 오른 순영의 뺨을 스친다.
“흣..”
자신이 뱉어놓고도 자신이 놀란 신음에, 가늘었던 순영의 눈이 동그래진다. 눈앞에 석민이 가득 들어찬다. 장난기라곤 없는 그의 눈동자가 자신의 깊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깊숙이 보이는 뜨거운 욕망의 열기. 내일 출근해야 되는데, 순영은 석민의 어깨를 밀어낸다.
깊게 들어 마셨던 서로의 숨이 떨어지는 소리, 순영은 자신의 어깨에서 흘러내린 자켓을 허둥지둥 올려 입는다.
“나, 나 내일 출근해야 돼,”
침대 밖으로 두 다리를 내빼었다. 바닥에 발을 디뎌야지, 하는데 오른손목이 그대로 석민의 손아귀에 잡혔다. 석민은 그대로 순영의 손바닥을 자신의 중심에 갖다 대었다. 어느새 귓가로 다가온 석민이 낮게 으르렁댔다.
“어딜 가, 나 다 세워놓고”
아뿔싸,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석민의 움찔거림, 그의 남성은 몇 겹의 얇은 섬유조직을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 시선을 돌려 석민과 마주한 시선. 석민은 다시 순영의 손목을 잡고 침대위로 돌려보낸다. 이번엔 포기했는지, 순순히 침대위로 올라선다.
순영의 입술을 향해 망설임 없이, 다소 거칠게 들이친 입맞춤. 어느새 발갛게 달아오른 순영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놨다.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이 더욱 붉다.
아... 옅은 신음을 내며 입술이 벌어지면, 혀끝에 닿는 고른 치아. 그 정갈함 또한 일종의 짜릿한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혀로 치아를 조금 간지럽히면, 그 간질거림에 끝이 오므라드는 그 통통한 손가락도 귀엽다. 조금 거칠어진 숨을 내뱉는 석민은 빠른 손길로 순영의 자켓을 벗기어갔다. 어깨에서부터 왼팔, 오른팔.
으응... 석민이 옷을 쉬이 벗기기 위해 순영은 간간히 몸을 비튼다. 꼭 감겨 바르르 떨리는 눈가, 하얀 와이셔츠, 검은 정장바지에 풀어헤친 검은 넥타이. 이거 너무 섹시한데.
석민은 순영의 뺨으로, 그리고 귓불로 입술을 움직였다. 동선을 따라 붉은 열꽃의 흔적이 피어난다. 오른손으론 순영의 뺨을 감싸 쥔 채, 왼손으로 서투르게 순영의 넥타이를 풀어갔다. 더운 입김이 순영의 귀를 덮을 때마다 어깨를 움찔거리는 꼴이 퍽 귀엽다.
아, 겨우 넥타이를 다 풀었다. 손에서 미끌거리는 감촉이 꽤나 좋았다. 양손으로 넥타이를 꽉 쥐어, 순영의 머리 뒤쪽으로 손을 옮긴다. 여전히 눈을 꾹 감은 채 더운 숨을 내쉬고 있는 순영. 석민은 스륵, 넥타이로 순영의 시야를 가린다.
아....! 갑자기 눈가에 닿는 차갑고도 부들거리는, 이질적인 느낌에 순영은 몸을 바들 떨었다. 붉어진 입술과 하얀 치아, 그 사이로 터지듯 내뱉은 신음이 다소 날카롭다.
석민의 뺨 역시 발갛게 달아올라있었다. 그는 다시 순영의 입술을 머금었다. 순영의 통통한 손이 석민의 두 뺨을 감싼다. 순영의 뜨거운 혀가 그를 반긴다. 뜨거운 입안에서 마주한 둘은 누구랄 것 없이 서로를 감싸고돈다. 입천장에 닿는 따뜻한 꿈틀거림, 고른 치아를 흩는 움직임, 서로는 서로를 깊게 빨아들이며, 호흡을 섞는다.
시야가 차단된 순영은 촉각에 더욱 민감하다. 자신의 왼뺨을 감싸는 석민의 손에 흠칫 놀란다. 석민의 곧은 손가락이 그의 뺨을 어루만질 때마다 간간히 색스러운 신음을 뱉어낸다.
“흣...아...읏....”
붉게 열이 오른 뺨, 그 위로 흘러내린 검은 실크 넥타이, 누구의 것인지 모를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붉은 입술,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숨소리, 석민의 몸은 점차 달아오른다. 침대위에 반쯤 누워있는 순영의 위로 몸을 밀착한다. 검은 천 사이로, 석민은 순영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마도 저 너머에는 욕망으로 가득한 그 깊은 눈동자가 숨어있겠지. 순영도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석민의 시선을 느꼈나보다. 방 안을 가득 채우던 둘의 거친 호흡이 잠시 멎는다.
석민은 오른손을 내려 순영의 벨트버클을 풀었다. 찰칵, 차가운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한손으로 힘 있게 벨트를 빼내는 석민. 반듯하던 정장바지가 그의 손에 의해 구겨진다.
순영은 갑자기 살갗에 와 닿는 차가운 공기에 소름이 돋았는지, 으응, 신음을 내며 몸을 웅크린다. 그러면서도 석민의 손길에 맞춰 허리와 다리를 차례로 들어올린다. 석민은 만족스러운 듯 낮게 웃음 지었다.
수줍게 오므린 다리, 석민의 시선은 그 하얀 두 다리가 모이는 중앙으로 향한다. 커다란 스의 손으로 그곳을 덮어 쥐는 석민.
하읏!!아응....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순영은, 자신의 아래부근에서 갑작스레 느껴지는 손길에,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젖히며 붉은 신음을 터트렸다. 그 덕에 순영의 얄쌍한 턱선, 하얀 목덜미가 석민의 눈앞에 드러났다. 한 손으론 여전히 순영의 것을 만지작거리며, 석민은 순영의 입술에서 턱으로, 목젖으로, 그리고 쇄골 위로 입을 맞춰갔다.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쪽, 쪽, 소리가 울려 퍼진다. 석민이 지나간 자리 자리마다 붉게 물이 든다.
조금씩, 순영의 것을 자극하던 석민의 손이 젖어갔다. 벌써 흥분했나보다, 순영은 어느새 붉어진 얼굴로 거친 호흡을 내쉰다. 순영의 쇄골 위에서 입술을 강하게 한번 빨아올린 석민은, 고개를 조금 내려 하얀 와이셔츠의 옷깃을 이로 물었다. 동시에 가까이서 와 닿는 석민의 뜨거운 숨결, 순영은 다시 한 번 움찔거렸다.
흰 와이셔츠 한 장 아래 가려진, 욕망과 흥분의 열기로 붉게 달아올라있을 그의 몸, 색색- 순영이 조금 불규칙적인 숨을 내쉬며 몸을 들썩일 때마다 석민의 미간은 재차 좁혀져갔다.
“읏, 석민아...!”
순영의 왼뺨을 어루만지던 석민은 순식간에 손을 내려 거칠게 와이셔츠 단추를 풀어헤쳤다.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단추 몇 개가 뜯어져나간다. 자신의 가슴팍에 와 닿는 차가운 바람에 순영은 몸을 작게 움츠린다.
“으응...”
어깨로 살짝 흘러내린 하얀 와이셔츠, 열린 그 사이로 보이는 흥분으로 달아오른 그의 상체, 석민은 이미 단단해진 순영의 한쪽 유두를 입에 머금는다.
하응.. 자신의 예민한 부위에 느껴지는 따뜻한 꿈틀거림, 순영은 기분이 좋은 듯 낮은 비음을 내었다. 신음소리와 함께 흠칫 떨리는 여린 몸이 좋았다. 석민은 혀를 세워 여린 살점을 할짝거렸다. 혀끝에 닿는 이 조그마한 살점이 너무도 귀엽다. 혀끝으로 빙글빙글 돌리기를 수차례, 석민은 이내 이빨을 세워 그 끝을 살짝 깨물었다. 하읏!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순영의 허리가 튕겨 올랐다. 여전히 침으로 번들거리는, 반쯤 벌린 붉은 입술, 열기와 욕망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하얗던 두 뺨, 그대로 순영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검은 실크 넥타이. 석민은 자신의 손에 쥐여진 순영의 것이 점점 더 단단해짐을 느낀다.
석민은 한쪽은 여전히 입에 담은 채, 반대쪽 흉점을 손끝으로 몇 번 튕기었다. 단단하게 뭉친 그 봉오리의 끝, 튕길 때마다 움찔거리는 허리춤, 가쁜 숨을 내쉬는 그 붉은 입술이 예쁘다. 석민은 온몸으로 자신의 아래에 있는 순영의 열기를 느낀다. 흥분으로 온통 달아올라있는 순영, 석민이 애무할 때마다 순영의 몸은 발끝까지 배배 꼬인다. 그런 순영이 귀여워, 석민은 손톱으로 붉은 살점의 끝을 살짝 긁어본다. 으응... 또 다른 생소한 쾌락에 순영은 야살스런 신음을 흘린다. 살살 긁던 그 붉은 끄트머리를, 석민은 세게 꼬집는다. 아읏, 다시금 튕겨 오르는 허리. 이렇게 느끼기엔 아직 이른데.
조금씩 사정감이 몰리는지, 순영은 자신도 모르게 석민의 손에 자신의 것을 비빈다. 허리를 들썩이던 순영의 달뜬 움직임을 알아챈 석민은 자신의 손 안의 순영의 것을 꽉, 힘주어 쥔다.
“흐읏....”
움찔거리며 몸을 움츠리는 순영의 호흡이 점차 가빠졌다. 그의 것은 석민의 손안에서만 반응한다. 순영의 발끝이 오므라드는 걸 본 석민은 자신의 허리가 조금씩 뭉근해짐을 느꼈다. 안되겠다, 한시 빨리 그의 것을 느끼고 싶다.
이거 벗자 순영아, 그의 드로즈를 툭툭 건드리며 말하자, 순영은 검은 넥타이 아래 벌게진 얼굴만 드러낸 채 수줍게 끄덕인다. 석민은 이미 흥분으로 더워진 손으로 드로즈를 천천히 벗겨 내려갔다. 그가 벗기기 쉽도록 허리, 다리, 양 발을 차례로 들어주는 순영에, 석민은 낮게 웃음 짓는다.
“이런 건 또 어디서 배웠어?“
“....흐응...”
부끄러운 듯, 순영은 오른팔을 들어 자신의 눈을 가린다. 어차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붉게 달아오른 그의 통통한 팔이 귀엽다. 석민의 눈앞에 고스라이 드러난 순영의 것은 석민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귀엽고, 색정적이고, 자극적이었다. 곧게 선 그 끝에서 조금씩 흐르던 이슬과도 같은 매끄러운 액. 석민은 흥분의 손길로 순영의 것을 툭툭 친다.
“이거 어따 쓰는 거야?”
“.....으응.....”
부끄러움, 혹은 흥분에 가녀린 신음만 내뱉는다. 흥분한 석민에겐 그 신음소리마저 붉다. 석민은 이미 축축해진 순영의 것을 손으로 잡아 쥔다. 하읏, 순간 움찔거리는 순영의 여린 상체, 석민은 그의 것을 퍽 다정하고도 뜨거운 손길로 살살 문지른다.
“하읏, 아, 으응..”
석민은 자신의 손 안의 순영을 느낀다. 그의 손가락처럼 곧게 뻗은 그의 것. 군데군데 도드라진 힘줄이 때때로 꿈틀거린다. 석민이 살짝 손에 힘을 주어 그의 것을 쥐면, 그의 입술에서 어김없이 터지는 옅은 신음소리. 조명을 받아 그의 것이 더욱 매끄러워 보인다. 석민의 손의 움직임에 맞춰 끝을 까딱거리는 순영의 것. 석민이 몇 번 강하게 잡고 흔들자, 순영은 몇 번 신음을 흘리더니 울컥- 흥분의 증거물을 내뿜는다. 벌게진 두 뺨만을 드러낸 채 순영이 숨을 고르는 동안, 석민은 그의 손을 살짝 위로 옮겨, 순영의 것 위의 주머니를 잡아 쥔다. 석민의 손 안에 딱 맞게 들어차는 그의 주머니, 석민은 부드럽게 손안에서 굴려본다.
“...하응..”
막 파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리까지 비틀어가며 느끼는 자세가 꽤나 자극적이다. 허리를 뒤튼 채 색스러운 신음만 뱉어낸다. 그런 순영에 슬슬 한계가 왔는지, 살짝 구겨지는 석민의 미간.
“물어”
여전히 한 손으론 순영의 주머니를 만지작거린 채, 석민은 다른 한손을 순영의 입술에 갖다 댄다. 손끝에 닿는 말캉한 촉감, 그 뜨거운 숨결. 석민의 고운 손가락은 이내 순영의 붉은 입술에 의해 물린다. 오물거리면서 착실히 손가락을 받아주는 입술이 예쁘다.
여전히 자신의 눈앞을 가린 검은 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순영은, 속절없이 자신의 입 안을 헤집는 석민의 검지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의 고른 치아 구석구석을 간질이는 손가락, 순영은 마치 석민의 손가락이 그의 것이라도 되는 양, 온 신경을 집중해 열심히 혀를 굴린다.
손가락 끝을 타고 올라오는 짜릿함, 촉각 하나하나를 곤두세우는 순영의 혀놀림에, 석민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을 주체할 수 없음을 느낀다. 한시 자신을 감싸주는 순영을 느끼고 싶다.
석민은 순영의 입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빼자마자 입술을 맞추었다. 조금은 짭조름한 향을 머금은 듯, 그러나 여전히 그의 입술은 달았다. 두 혀가 성급히 얽힌다. 서로의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는 서로의 뜨거운 숨결. 순영의 얼굴은 흥분의 열기를 온 얼굴로 내뿜는 듯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석민은 순영의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손가락으로 그의 뒤를 파고들었다. 자신의 입구에 와 닿는 차가운 감각, 순영은 순간 움찔거렸지만 이내 석민의 손가락을 삼킨다. 첫째, 둘째마디, 깊숙이 파고들수록 순영 안에서 강하게 소용돌이치는 열기가 느껴진다.
“아윽....흣..”
맞닿은 입술에 뭉개진 신음소리만 흘린다. 흥분으로 어쩔 줄 몰라 오므렸다 피기를 반복하는 그의 통통한 손바닥이 귀엽다. 석민은 순영의 오른손에 깍지를 끼었다. 단단히, 서로의 손가락이 사이사이 맞물린다. 서로의 손바닥에 서로의 열기가 가득 베인다.
석민은 순영을 파고드는 손가락의 개수를 점차 늘려갔다. 한 개, 두 개, 파고들 때마다 순영의 어깨가 움찔거린다. 자신의 손가락을 꼭 잡고 놓지 않는 순영의 뒤가 귀엽기만 하다. 석민은 위아래로, 손목을 얕게 흔들어본다. 으응, 자신의 움직임에 맞춰 함께 흔들리는 순영, 그 야한 움직임이 석민을 더 흥분케 한다. 흥분한 것은 비단 석민만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것 부근에서 순영의 것이 움찔대는 것을 느낀다. 귀여워, 석민은 낮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것을 그의 것에 비비었다. 눈에 띄게 당황한 순영의 모습, 통통한 얼굴은 다시 점점 벌게져 간다. 그의 뒤를 담고 있던 석민의 손가락이 뜨겁다. 이제 흥분이 오르기 시작한 듯, 거친 숨을 내쉬던 순영은 이내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스스로 쾌락을 위해 움직이는 그 작은 달뜬 몸이 귀여워서일까, 석민은 이내 장난이 치고 싶어진다. 순영의 것을 깊게 자극하던 뭉근한 허릿짓을 멈추면, 순영은 이내 어쩔 줄 몰라 고개만 바들바들 떤다.
맞닿았던 입술 틈으로 서로의 숨결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가쁘게 차오다 못해 붉은 열기가 아스라이 번져 곧 터져버릴 것 만 같다. 서로의 입술이 점차 짙게 물들어간다.
츳, 서로의 살결이 붙었다 떨어지는, 야살스런 소리가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석민이 입술을 떼자마자 순영은 억눌렀던 신음을 터트린다. 순영은 하얀 팔다리를 침대위로 늘어놓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입술이 흩고 지나간 여린 살결마다 붉게 달아올라 들썩거리는 모습이 다시금 석민의 미간을 주름지게 만든다.
“권순영, 뒤돌아”
밝게 달아오른 순영은 입술을 벌린 채였다. 붉게 물든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을 내뱉는다. 순영은 순순히 자신을 뒤집고 엎드려 자세를 취한다. 하얀 살결과 대비되도록 붉었던 그, 순영의 은밀한 부분이 석민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손가락으로 충분히 풀어진 순영의 뒤는 물것을 찾는 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이미 석민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있다는 듯 촉촉이 젖은 뒤. 석민이 후, 더운 입김을 불어넣자 흡, 숨을 들이쉬며 작은 구멍이 귀엽게 움찔댄다. 왼쪽, 오른쪽, 눈을 가린 넥타이 덕에 자신을 찾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고개만 돌려대는 모양도 귀엽다.
석민은 거칠게 자신의 바지버클을 풀어 내렸다. 그의 것도 이미 곧게 달아오른 지 오래, 그 끝에는 허여묽은 액체가 맺혀있었다. 석민은 한손으론 자신의 것을 쥔 채, 다른 한손을 순영의 허리에 올린다. 순영의 가는 허리선을 잡고, 구멍에 자신의 것을 맞춘다. 바들바들 떨고 있던 순영의 하얀 상체, 석민은 흐읍, 숨을 크게 들이쉬곤, 그대로 끝까지 삽입해버린다.
하읏!!
가쁘게 고개를 젖히는 순영, 덕분에 그의 눈을 가렸던 넥타이가 하얀 목 아래로 흘러내린다. 동시에 순영의 풀린 동공이 눈에 들어온다. 욕망과 쾌락에 젖은, 오로지 본능만이 가득한. 눈물이 맺혀 붉어진 눈꼬리가 매섭다.
땀에 젖은 앞머리, 붉게 오른 얼굴, 거칠게 내쉬는 호흡, 그리고 석민을 유혹하는 검은 눈동자. 순영의 모든 것은 석민을 달아오르게 했다. 천천히, 앞뒤로 허리에 움직임을 주는 석민. 한 번 뒤로 물러날 때 마다 자신을 꽉 물고 놓지 않는 그 자그마한 구멍이 좋다. 오밀조밀, 수많은 근육들이 움찔거리며 석민을 잡고 늘어진다. 다시금 앞으로 밀어붙일 때면 하읏, 꽉 깨문 입술 틈새로 여린 신음이 흘러나오며 순영이 움찔댄다.
미치겠다, 석민은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의 눈동자 역시 본능의 그림자로 가득 차있었다. 석민은 순영의 쾌락을 동공에 가득 담으며 허릿짓에 힘을 가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한 송이의 꽃같이, 석민의 앞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순영,
“읏......윽......하윽.......”
석민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공기 중에 울려 퍼지는 순영의 붉은 쾌락. 여과 없이 뱉는 신음도 좋지만, 이렇게 목구멍 깊은 곳까지 꾹꾹 억누르는 신음도 좋다니까.
“흣, 석민아, 더, 빨리......”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하면서, 흥분감에 바들바들 떨면서도 순영은 석민을 재촉한다. 권순영, 너도 결국 요물이었어, 석민은 낮게 으르렁대며 허리를 박차 올린다.
흐윽.....읏....하윽...
채 단어가 되지 못한 숨소리가 공중에 흩어진다. 열기로 가득찬 방의 공기가 후덥지근하다. 살이 맞부딪히는 소리와 붉은 신음만이 둘의 공간을 메운다. 순영은 온 몸이 붉어진 채 더운 숨에 섞인 신음을 내뱉는다. 석민의 건실한 상체 역시 땀으로 번져있었다. 후, 숨을 내뱉으며 머리를 쓸어 올리는 석민은, 이내 허리를 거세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석민,석민아...!!”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오는 여린 교성, 절정에 거의 다 이른 듯, 순영의 신음은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애타게 이불깃을 꽉 움켜쥐는 순영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무자비한 석민의 움직임을 받아내는 순영, 그를 지탱하던 두 다리도 조금은 버거운 듯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직, 가면 안 되는데, 석민은 왼손으로 순영의 허리선을 꼭 잡는다. 한 손에 폭 잡히던 그 가는 선, 석민의 손바닥이 스치는 자리마다 덥다. 석민 역시 절정에 달한 듯, 거친 숨을 내쉬며 입술을 지긋, 깨문다. 다, 왔어, 그리고 힘껏 그를 박아 넣었다. 조금 거칠게, 뿌리 끝까지, 쾅,
“하흣, 아, 아, 석민아, 아읏,”
“하...후..,”
“..하,.,으...”
석민이 순영 안에서 파정하자마자, 순영도 이내 파정하고 만다. 동시에 온 몸의 수많은 근육들이 단번에 수축하며 석민을 꼭 잡아 쥔다. 순영은 자신의 뒤에서 움찔거리는 석민의 움직임을 느낀다.
“....움직,이,지..,마...”
흥분감이 가시지 않은 듯, 순영의 얼굴은 붉게 열이 올라있었다. 석민의 작은 움직임에도 다시금 흥분이 오르는 듯 예민하게 움찔대는 순영, 그는 석민의 것을 물었다 놓기를 반복하며 숨을 고른다. 석민이 순영의 안에서 자신의 것을 천천히 빼자, 그의 것을 꼭 잡고 진득하게 끝까지 쫓아오는 순영의 뒤. 권순영, 마지막까지 이렇게 끼 부리기야. 석민은 씩 미소를 짓는다.
석민은 땀으로 젖은 순영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며 그의 붉은 입술을 찾아 입에 물었다. 늘 그랬다시피 이 말랑한 간질거림이 석민은 좋기만 하다. 석민의 이마에 스치는 순영의 앞머리가 간지럽다. 순영은 자신의 뜨거운 볼 위에 와 닿는 석민의 손바닥에 놀라 움찔거린다. 아직까지도 숨을 고르지 못해 헐떡거리던 순영이지만, 그 와중에도 그의 혀는 석민을 잘 받아주기만 한다. 둘은 서로의 혀를 감싸고 입안으로 굴린다. 서로의 타액을, 서로의 호흡을, 서로의 사랑을 맞대고 나눈다. 누군가가 숨이 가빠와 맞은편의 어깨를 두드릴 때면, 서로의 입안을 헤집는 것을 잠시 멈춘 채, 입안에 머금었던 그 더운 숨결을 목구멍 아래로 삼키고 다시 서로를 섞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동안 진득하게 얽혀있던 둘,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거친 호흡을 내쉬며 떨어진다.
석민은 못내 아쉬운지 입술을 혀로 축인다. 그는 거칠게 숨을 고르는 순영을 눈에 꼭꼭 눌러 담더니, 그를 폭, 품에 안아버린다. 그 따뜻한 간지러움에 순영은 고양이처럼 몸을 비비며 석민의 품안에 안긴다.
“하아....내일...출근......하...”
“,,,,가지마...”
“........”
“....내일도 나랑 이렇게 있자...”
뜨거운 서로의 품에 안겨있던 둘을, 둘을 담고 있던 이불보다도 간지럽고, 산뜻한 바람 냄새보다도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창밖으론 어느새 밝아온 달빛이 어둔 밤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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