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찬] 생크림케이크, 체리온탑

 

 

W. 홀연

 

 

 

본 팬픽은 '17소년 공작소'의 합작 작품입니다

http://17boysfactory.tistory.com/10

 

 

 

케이크버스(Cake Bus) : 어느 순간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포크란 존재가, 태어날 때부터 고유의 향을 지니고 태어나는 케이크의 신체의 일부만을 통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세계관.

 

 

 

 

-

 

 

C.

 

 

아직은 후덥지근한 공기가 공중에 떠다니는 8월의 밤, 그 공기마저 한 숨에 삼켜버릴 수 있을 것 같던 그런 날.

밖에 나가고 싶다,

 

그 작지만 강렬한 욕망이, 날 세차게 휘어 감았다. 욕망은, 이 욕망이 만들어낸 상상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머리에서 떨쳐내려 해도, 마음 저 쪽 구석, 작은 틈새를 노려, 다시금 깊이 스며들어온다.

 

나가고 싶다. 발목까지 덮는, 보송보송한 냄새가 나는, 생각만으로도 간지러운 양말로 발을 덮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운동화에 발을 담고 싶다. 아파트 현관 밖의, 11시의 달빛을 내리받고 싶고, 늦여름의 축축한 공기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여름모기에게도 물려 간지러움을 느끼고 싶고, 반짝 내리는 굵은 소나기에 홀딱 젖어보고 싶기도 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나 홀로, 나 스스로.

 

욕망은 곧 현실에 의해 잡아먹힌다. 나는 절대 집 밖을 나설 수 없다. 적어도, 옆집 형과 동행하지 않는 이상은, , 이 세상을 마주할 수가 없다.

 

 

 

-

 

 

 

누군가가 그랬었다, 네게서는 단 냄새가 난다고. 달콤한 냄새가, 아무도 손대지 않은 새하얀 생크림을 머금은 체리 케이크 냄새가, 옅지만 매혹적으로, 난다고.

 

9, 그 때 난 그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였다. 맞다, 난 케이크였다. 케이크란 존재는, 태어났을 때부터 포크의 먹잇감이 되어, 오랜 시간동안 살아남기 힘든 존재들이다. 그러나 내가 유달리 또래 케이크들보다 발견 시기가 늦은 것도, 오랫동안 무사히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독특한 나의 향 덕이다, 라고 의사선생님께서 그러셨다. 옅은 향의 생크림 케이크, 그 위에 한 개의 체리가 올라져 있는 향, 너무나도 옅고 약해, 웬만한 포크가 아니면 느끼지도 못 할 정도라고. 하지만 이런 향을 가졌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나의 부모님은 나를 위험으로, 정확히 말하면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그 때 나타난 게, 바로 옆집에 살고 있는 형, 권순영 형이다. 형은 나보다 5살은 더 많은데, 생긴 것도, 하는 짓도, 24살 먹은 사내의 짓이라고 하기엔, 내가 보기엔 좀 아니었다. 형이라 부르기엔 5살 차이나 나니, 마냥 형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아저씨라 부르기엔 형이 하는 짓이 너무 유치하니, 그냥 형이라고 부른다.

형은 어렸을 적부터 무술이란 무술은 많이 배우고 다녔댄다. 특히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은 태권도, 전에 내 앞에서 검은 띠를 차고 시범을 보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땀방울을 흘려가며 몸을 움직이던 형의 모습은, 정말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할만큼 섹시하고 멋있었다. 여하튼 이렇게 든든한 옆집 형이 우리부모님께 자기가 나를 항상 지키고 다닐 테니 걱정 말라고, 찬이는 자신에게 맡겨만 달라고 부탁했다고, 부모님께서 그러셨다. 평소에도 날 잘 챙겨주고 예뻐해주는게 눈에 훤했기에, 우리 부모님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날 맡기셨다고. 근데 아저씨가 생각보다 날 너무 잘 보호해주고 나 또한 만족스럽게 생활하게 되자, 부모님께선 이젠 아예 백수였던 아저씨를 내 전용 보디가드(?)로 붙여주셨다. 아저씨는 내내 자기는 백수가 아니라고 우겨댔지만, 내가 볼 땐 집에서 하루 종일 틀어박혀 음악만 듣고 있는걸 보면, 그냥 백수가 아니라면 취미로 음악 하는 백수가 분명하다. .

 

 

 

창밖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면 가끔씩 창밖을 열어 바깥 공기를 쐬어도 된다던 의사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창문을 열었다. 무거운 공기가 날 감싸 안는 듯 했다. 온통 캄캄한 세상, 저기 홀로 서 있는 가로등 주위만 밝다. 밝은 빛을 은은히 풍기는 가로등 주위엔 나방들이 뱅뱅, 돌고 있었다. 가로등과 나방. 가만히,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내지만,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내뿜는 밝고 노란 빛에, 본능적으로 가로등 주변으로 이끌리는 나방들, 그게 꼭 케이크와 포크의 관계같이 느껴졌다. 괜히 마음이 무거워져 창문을 쾅, 닫았다. 문득 콜라가 먹고 싶어졌다. 그제 형이 사다 준 콜라는 오늘 낮에 다 마셔버렸다. 그 시원한 청량함, 그 속의 달콤함, 그리고 약간의 텁텁함. 상상만으로도 뱃속이 우글거리고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아, 안되겠다, 아저씨랑 바람도 쐴 겸 편의점이라도 가야지.

 

 

- 아저씨, 나 좀 데려가줘,

아저씨한테 전화를 걸었다. 바로 옆집에 살면서도, 우린, 이렇게 통화를 하고 지낸다. 내가 밖에 함부로 내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 흐르면, 옆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총총총, 발걸음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꼭 햄스터같이 장난기 서린 얼굴이 눈에 그려지고, 곧이어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찬이, 어디가고 싶은데???”

 

문이 열리자마자, 커다랗게 들려오는 아저씨 목소리. 저럴 땐 진짜 아저씨가 꼭 내 동생 같다. 어쩜 목소리부터 저리 방정맞을까, 가끔 집 앞 과일가게 아주머니께서 지나가는 아저씨를 보며 말씀하시곤 했다. 사실 아저씨가 그렇게 방정맞지 않는데. 아니 뭐 사실 장난기가 있긴 하지만, 심하긴 하지만, 음 난 솔직히, 방정맞다는 말은 나쁜 말이라고 생각한다. 예의 바른 아저씨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듣자 하니 예전에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가게 앞 진열대를 한 번 치어 과일을 다 뭉개버리는 바람에, 그날 아줌마가 장사를 다 망쳤다고 툴툴댔던 적이 있다고 들었다. 물론 보상은 다 했다지만, 그 날 이후 아줌마는 아저씨를 아니꼽게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난 아저씨의 그 밝고 씩씩한, 에너지 넘치는 특유의 목소리가 좋았다. 현관문 앞에 서 있을 형, 아니 아저씨를 향해 두 팔 활짝 열고 달려 나갔다.

 

편의점!”

 

읏차, 아저씨는 내가 활짝 뻗은 팔보다 더 넓게 팔을 벌려 나를 안아주었다. 언제나 따뜻한 아저씨의 품, 날 볼 때면 싱긋, 눈웃음 속에 가두어지는 작은 동공, 코끝에 잡힐 듯 아른거리는 아저씨의 살 냄새. 나도 모르게 형의 목에 내 코를 부비였다.

 

뭐 살라구?”

 

콜라!!”

 

이 밤에? 그럼 형은 맥주 마셔야지~”

 

맥주, 나도 마셔보고 싶은데, 형 앞에서 칭얼대자, 형은 내 이마에 꿀밤은 먹였다. 이씨, 농담이었는데.

 

 

 

-

 

 

집을 나섰다. 아까 형이 먹였던 꿀밤 자리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툴툴대며 이마를 문질렀다. 그런 나를 가만히 쳐다보던 형은, 갑자기 씩, 웃음 짓더니, 내 왼팔에 팔짱을 껴 왔다. , 코끝으로 다시 스며들어 오는 순영이 형 향기, 예전에 무슨 향수 쓰냐고 물어봤더니, 알 수 없는 브랜드 이름을 댔었다. , 이름이 뭔들, 이 향은 항상 날 안정시킨다. 멀리서 형 냄새만 나도, 금세 마음이 편해지고, 입꼬리가 씩, 올라가니까. 나도 모르게 이마를 문지르던 손을 꼬물거려, 형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든든했다.

 

아직은 많이 후덥지근한 8월의 밤, 그 무거운 공기 아래 걸어가는 우리 둘, 문득 고개를 올려 형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로등에 비친 형은, 몇 발치 앞을 쳐다보며 묵묵히 걷는 형은, 언제나 든든했고, 또 멋있었다. 흰 무지 티셔츠에 검은 추리닝, 밑엔 편한 러닝화, 절대 멋있게 입은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나 멋져요 하는 분위기를 흘리고 다니면 어쩌자는 거야. 형의 얼굴을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나와 형은 계속 걸어, 가로등의 불빛 아래를 벗어나, 좀 더 어둔 길로 들어갔다. 이젠 환한 달빛이 형의 얼굴을 밝힌다. 날카롭게 뻗은 형의 눈매가 더욱 도드라졌다. 1010, 형은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다. 비죽, 올라간 두 눈매가 마치 1010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 방향과 같다고 해서. 순영이 형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들 이 눈꼬리 때문에 형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운 사람으로 오해한다. 나 역시도, 이사 오고 형을 처음 봤을 때, 무서운 옆집 형으로 불렀으니까. 근데 아까 내가 말했다시피, 형이 하는 짓을 보면 그냥 초딩같다. 그런 사나운 눈을 가지고 싱긋, 웃기라도 하면, 둥그렇게 말린 눈과 입술 사이로 보이는 곧고 가지런한 치아가, 마치 내가 초등학생 때 키웠던 햄스터를 연상시킨다. 형도 자기 어렸을 때 별명이 햄스터였다고 인정했을 정도니 말 다했지.

 

 

순영이 형은, 내가 형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팔짱을 끼고 있던 손을 어느새 내 어깨께로 올려 어깨를 끌어안고 앞만 본채 묵묵히 걸어갔다. 나만 형 생각을 하루에 이따만큼씩 하는 건지, 나만 매일 형 오기만을 기다리고, 형만 만나면 손잡고 얼굴 바라보기 바쁜 건지. 나만, 나 혼자만. 불쑥 찾아온 민망함, 그리고 작은 서운함에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탕이 한 웅큼 잡혔다.

 

 

, 사탕 먹을래?”

 

? , 괜찮아, 형 단거 별로 안 좋아해.”

 

 

, 의외였다. 형은 만년 초딩인줄, 그래서 단거 되게 좋아할 줄 알았는데, 단 맛을 안 좋아한다니. 땀이 축축이 배어오는 손바닥 위, 곱게 올리어진 사탕을 다시 손으로 감싸 쥐었다. 나름 내가 좋아하는 사탕이었는데, 그냥 좋아하면서 받아줘도 될 걸, 조금 섭섭해졌다. 조용히 주먹 쥔 손을 다시 주머니 속으로 우겨넣었다.

 

 

 

 

“......찬아

 

 

 

흐익, 갑자가 내게 얼굴을 들이미는 형 때문에 깜짝 놀랐다. 얼굴에 나 토라졌어요, 이게 다 드러났나 보다. 형은 종종 내가 표정관리를 못하는 모습을 보고 귀여워 죽겠단 듯이 웃곤 했다. 언제 한 번 형이랑 나랑 싸운 적이 있었는데, 그 날 저녁 형이 사과의 의미로 자기 집에 손수 만든 저녁식사를 대접해주겠다고 날 초대했었다. 그 때 난 절대 기쁜 티를 내기 않았고 계속 화난 척 표정관리를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형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쿡쿡 웃더니 내 기분을 다 알아채버렸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내 얼굴 바로 앞에서 애기 같이 방실방실, 볼이 빵빵해지도록 웃는 형.

 

사탕 먹을래. 집에다 두고 볼 때마다 우리 찬이 생각해야지

 

형은 손을 뻗어 내가 꼭 쥐고 있던 주먹을 펼쳤다. 한 알, 두 알, 세 알, 그리고 전부. 형은 내 손안에서 사탕을 모두 꺼내 자신의 바지 주머니 속에 쏙, 넣었다. 그리고서 날 보며 씩, 해맑게 웃어 보이는 형. 형의 웃음이 날 기분 좋게 했는지, 아니면 금세 볼록해진 형의 호주머니가 조금 웃겼던지,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 사실 그 때 웃음이 나왔던 건 별 다른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마냥 뜨거운 여름 밤, 서로의 손이 맞닿았던 그 순간, 형의 손은 내 손처럼 뜨거웠던 걸로, 그리고 그 밤 형 머리 뒤로 보이던 달빛은 유독 아름답게 빛났던 걸로, 나는 기억할 뿐이다.

 

 

 

 

-

 

 

 

S.

 

몸이 찌뿌둥하다. 어제 맥주를 마시며 찬이랑 통화했던 것, 찬이 보고 싶다고 중얼거린 것 까진 기억나는데, 언제부터 정신을 잃은 건지, 침대 맡에 머리만 기댄 채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술도 잘 못 마시면서, 괜히 찬이 앞에서 세보이고 싶어 마시겠다고 설친 게 실수였나, 저 옆에 한 두 모금정도 남은 맥주 캔이 보였다. 빨리 먹고 분리수거 해야겠다,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

 

 

 

항상 쓰다고 느꼈던 보리와 알코올의 그 오묘한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뭐야, 아직 술에 취했나? 잠에서 안 깼나?

, 아니다, 이제 맥주 정도는 적응했나보구나,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베란다 문을 열어젖혔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어제 그대로 입고 잤던 흰 티가 펄럭거렸다. 한여름, 8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조금 싸늘한 기운이, 온 몸을 휘감는 이 차가운 공기가 낯설었다.

맥주 캔을 버리고, 베란다 창을 닫자, 콱 막혀오는 텁텁한 집안의 공기가 느껴졌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고, 그냥, 숨이 막힐 것 같은 이 집안의 공기.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흐읍- 문득 느껴지는 이질감에, 숨을 합, 멈춰 쉬었다.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항상 창문을 열 때 아침을 함께 맞이하던 상쾌한 아침이슬의 그 미묘한 냄새도, 며칠 째 방구석에 쌓아놓은 빨랫감에서 나는 케케묵은 냄새도, 베란다 문을 열면 피어오르는 투명한 담배냄새도, 밤새 내 방에 퍼졌을 게 분명한 알싸한 알코올의 냄새도.

감기가 걸렸을 때, 코가 막힌 것처럼, 아무런 냄새도 느껴지지 않았다.

밤 중 열어놓은 창 사이로 스며든 새벽바람이 차가웠나, 감기라도 걸려서 코가 막힌걸테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하루의 이상한 시작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렸다.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 하루가 이토록 기묘할 수 있겠어?

 

...아니야. 가만히, 마룻바닥에 주저앉아, 이상한 오늘의 시작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맥주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런 냄새가, 맡아지지 않는다. 문득, 이상하리만큼, 단 맛이 먹고 싶어졌다. 평소엔 거들떠도 안 보던 단 맛이, 어제 밤 찬이가 사탕을 건넬 때조차 거절했을 정도로 선호하지 않던 단맛이. 이거 봐,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이라니까.

단 맛을 느끼고 싶단 이 감정이 얼마만이더라, 입 안 가득 뜨거운 침이 고였다. 식탁 위엔 어제 찬이에게 가로챈 사탕 한 주먹이 있었다. 커다란, 포도알 사탕. 보기만 해도 생글생글 웃고 있을 것만 같은 모양새가, 상큼한 향을 짙게 풍기는 그 커다란 알맹이가, 꼭 찬이와 같아 살풋, 웃음이 났다.

 

부스럭, 캔디 하나를 집어 입안으로 까 넣었다. 달그락, 커다란 연둣빛 알갱이가 입안에서 굴러가는 소리, 분명 달달하고 상큼한, 조금은 끈적한 맛이, 지금쯤은 느껴져야 할 터였다.

진하게, 청포도향이 농축된, 약간의 인공적인 맛이 녹아있는 그 달콤한 맛이.

 

아무 맛도, 아무 향도 느껴지지 않았다.

 

 

 

 

 

 

띠리릭-

 

무겁고 진득한, 이 어색한 공기 사이로, 익숙한 기계음이 가르고 내 귀로 들려왔다. 이 시간에 우리 집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는 게, 문이 활짝 열리자마자 밝고 가볍게 바뀌는 공기의 흐름이, 귀로 들려오는 자그마한 움직임이 내는 소리가, 가슴에 퍼지는 이 알 수 없는 이상한 느낌이, 이 모든 것이, 지금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혀영, 내 와이셔츠 못 봤어요??”

 

 

 

간질거렸다.

 

 

분명 어제 여따가 벗어둔 것 같은데....”

 

 

향기로웠다. 달콤한, 또 새콤한, 옅지만 그만큼 또 매혹적인, 이런 뻔한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미묘한 향기가.

 

 

현관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동그랗게 뜬 눈이, 조금은 다급해 보이는 너의 표정이, 너와 꼭 잘 어울리는 교복바지와, 너에겐 조금 커 흘러내릴 것 같은 흰 티만 걸치고 주변을 두리번대는 네가, 내 눈 안에 가득 담겼다.

 

 

너의 뒤로 살풋 보이는, 너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맑은 다홍빛, 생크림을 가득 담은 체리 같은, 세상 무엇보다 달콤한 너의 향기가, 가득, 내 시야를, 내 폐부를, 내 머리, 내 이성을, 나를, 가득 채웠다.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내 눈에 담긴 널 꼭 안았다. 체리향이 더욱 깊숙이, 더욱 진하게 내게 스며들었다. 너의 하얀 볼을 찾아 입술을 움직였다. 하얗던 만큼 부드러운 너의 살결이, 축축한 나의 입술에 닿았다. 뜨거웠다. 숨을 깊게 들이쉴 때 마다 깊게 들어오는 너의 향. 너의 붉은 입술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너는 거부하지 않았다. 너의 아랫입술을 꾹 깨어 물었다. 진득, 진붉은 피가 나의 이빨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분명, 비릿한 향이 날 터인데, 어쩌자고 너의 이 붉디붉은 선혈에서도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 건지.

 

양손으로 너의 두 볼을 감싸 쥐었다. 한 손 가득 포근하게 잡히는 살집이 좋았다. 붉게 달아오른 두 뺨은 더욱 좋았다. 입술을 다시 격하게 맞부딪혔다. 달다, 내 혀끝에 스치는 너의 뜨거운 혀가 달았다. 내 두 손에, 너의 두 뺨에서 흘러져 나오는 따뜻한 향기가 좋았다. 그 향은 내 손으로, 내 코로, 내 눈으로 가득 담겨져 들어와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마치 분홍빛 독가스라도 된 듯이, 너의 진한 향기는 내 이성을 마비시켰다. 식욕을 따라 단 맛을 찾는다는 것, 지극한 인간의 본성이었다.

 

급히 손을 움직여 너의 티셔츠를 젖혀 올렸다. 내 눈앞에 고스라이 드러난 너의 하얀 살결. 적당히 살집이 있는 너의 복부가 위, 아래, 불규칙적으로 들썩거렸다. 아아, 손끝에 느껴지는 이 기운마저도 나무 달아. 달아서 미칠 것 같아. 이 달콤함을, 앞으로 영원히 끊지 못할 거야.

 

찬란히 빛나던 너의 살결, 아찔하도록 보드랍던 너의 그 속살에 이미 뜨거워진 나의 손을 갖다 대었다. 갑자기 느껴진 외부인의 손길에 놀랐는지, 몸을 크게 움찔거리며 눈을 질끈 감던 너였다. 그 순간에도 너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아찔한 향에, 난 여전히 취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가슴위에 튀어나온 돌기를 만지작거렸다. 아아, 손끝에서도 느껴지는 이 달콤한 기운. 너의 몸이 흥분으로 들썩였다. 다시 너의 입술을 찾았다. 붉게 번들거리던 너의 입술, 한껏 너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세상 어디에도 이와 같은 달콤함은 없으리라. 미칠 듯이 좋아. 귓가에 달뜬 너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뺨도 붉게 달아올랐겠지, 나의 본능적인 움직임을 가만히 받아주던 너의 눈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찬이의 공포에 질린 두 커다란 동공이, 눈 안에 가득 담겼다.

 

황급히, 너에게서 입을 뗐다.

 

 

 

 

 

, 포크는 포크가 되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한대.

오래전, 찬이가 내게 뱉었던 목소리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오로지 케이크의 몸에서만 단 맛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야.

 

 

 

 

 

-

 

 

 

C.

 

, 나 안 볼 거예요?”

 

 

 

오늘도 난 형 집 앞에 앉아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형을 못 본지가 벌써 5일째다. 형이 갑자기 나를 탐했던 그 날 이후로, 형은 나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나는 형이 나를 안는 순간부터, 형이 포크라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달리 거칠게 날 껴안던 형의 손바닥, 날 쳐다보던 그 몽롱한, 본능에 가득 찬 눈빛. 솔직히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언제든 날 탐할 수 있고 날 가질 수 있는, 그래서 내 목숨을 위험하게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포크니까. 포크의 식욕은 인간의 본능이여서 조절이 안 되니까. 그런데, 한편으론, 나를 탐하는 포크가 바로 형이라서, 그래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난 그 순간, 내 모든 걸 형에게 내놓았었다. 어차피 남의 손에 죽을 운명이라면, 그게 형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어서. 형이 형의 식욕을 위해 탐하는 대상이 오로지 나 하나로 족했으면 좋겠어서. 그 대상이 나라는 게, 일종의 영광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 그런 이유에서였어, 형이 나의 입술을 덮칠 때도, 내 옷을 벗길 때도, 가만히 있었던 까닭이.

지금 난 내 목숨을 형에게 내놓을 준비가 되어있단 말이야.

 

 

그런데, 그 형이, 지금 내게서 멀어지려 하고 있다.

 

 

 

 

-

 

 

 

 

S.

 

거리로 나왔다.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않으니 머리가 띵한 게 좋지 않다. 매일 아침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져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도드라지게 치켜 올라간 얄쌍한 눈매, 난 이 눈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귀엽기도 사람 나름이지, 날 처음 보는 사람들마다 나보고 무서워 보인다고 하니 내가 좋아할 리가. 찬이를 처음 본 날도 그랬다.

찬이, 맞다, 난 더 이상 찬이를 생각하면 안 되었다. 난 그 애의 운명을 괴롭게 할 거야. 내가 그 애의 인생을 망치게 될 거야, 분명히. 지난 밤 내가 저질렀던 일이 다시금 생생히 떠올랐다. 손에 닿았던 뜨겁고, 하얗던 19살 소년의 살결, 말캉했던, 한없이 달고 달았던 아이의 입술, 아아, 그 애를 생각하니 입가에 침이 고였다. 위험하다, 머릿속에선 이미 노란 경고판이 반짝반짝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떡해, 이미 난 그 애에게 흠뻑 빠져버렸는걸. 찬이를 피하기 위해 나온 이 거리에서도 찬이의 향기가 나는 것 같잖아! 안돼, 더 이상 찬이 생각을 했다간, 분명 그 애가 위험해 질 거야.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찬이에 대한 기억을 떨쳐내었다.

 

걸음을 내딛었다. 문득 불어오는 바람에 단 내가 섞여 흘러 불어왔다. 초콜릿 무스 케이크 냄새, 진한 향이 나는 걸 보니 오래 못 살 것 같은데, 이 달콤진득한 향의 근원을 알기 위해 난 고개를 돌렸고, 이내 이 향이 길 건너 위치한 건물의 3, 열린 창문의 틈새 사이로 흘러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세찬 바람이 불어왔다. 서늘한 바람 속에 흘려든 달콤한 향에 홀려, 나도 모르게 걸음을 내딛고 있었나 보다. 3층의 창문 너머 한 중년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여성의 품 안엔 작은 아이가 꼬물거리고 있었다. 아아, 향기롭다. 눈을 감고, 향을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눈을 떴다. 그녀는 여전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여인이 보는 내 모습이 영락없이 본능에 굶주린 한 마리의 포크였을까, 그녀의 눈동자 속엔 금세 공포감이 피어올랐다. 아가야, 거기 조금만 기다려, 내가 금방 갈 테니.

 

 

 

 

무슨 정신으로 그 건물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얇은 문 하나를 앞에 두고 걸음을 멈추었다. 이 문 너머, 작고 여린 초코 케이크가 보호자의 품에 안겨있을 거다. 보호자, , 아니다, 단어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 그녀는 폼 안의 어린 아이를 보호할 수 없다. 식욕이란 인간의 욕구에 잠식된 포크로부터 케이크를 보호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 게다가 그 포크가 혈기왕성한 20대의 건장한 청년이라면, 케이크가 한없이 어리고 여린 작은 숨결이라면, 더더욱.

 

 

문고리를 잡고 돌렸다. 달칵, 역시나, 문고리는 잠겨있다. 안에선 다시 한 번 달짝한 향이 흘러나왔다. 너무나 달콤한 향에, 하마터면 정신을 놓을 뻔 했다. 문고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손목에서 푸른색 힘줄이 솟아났다. 연약한 시설 탓인지, 문은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아아, 달콤해.

눈을 감고 힘껏 숨을 들이마셨다. 낡고 좁은 방 안, 오래되어 쾌쾌한 냄새와 어울려 이 공간을 가득 채운 아기의 향기, 갓 구워낸 진한 초콜릿 무스 케이크의 향기는, 이내 나의 온 몸 구석구석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침을 꿀꺽 삼켰다. 맛있겠다. 한 걸음, 두 걸음, 걸음마다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이성의 끈도 풀렸으리라.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달콤한 향만이 날 지배했을 뿐.

 

 

아기를 바라보았다. 그를 꼭 안고 있는 여인이 날 경계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아니다, 그녀는 날 경계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동자 위로, 찬이의 겁먹은 표정이, 그 동공이 떠올랐다.

 

그녀는, 찬이는, , 두려워하고 있었다.

 

 

 

 

 

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 한 거지?

 

 

 

일순 모든 사고가 정지된 듯 했다.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허공에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몸을 조금 움츠려 품 안의 아기를 꼭 감싸 쥐었다. 봐봐, 이렇게나 예쁘고 소중한 아기, 작은 생명일 뿐인데,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이성이 돌아오자, 난 한순간에 비인간적으로 타락해버린 내 자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24, 멀쩡하게고 평범하게 살아오던 사내가, 어느 날 갑자기 생후 몇 개월도 안 된 아기를 보고 맛있겠단 생각을 하는 게 정상적일리가 없으니까.

 

 

 

“......아기의 향이 참 다네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보낸 잠시간의 공백, 그 사이로 나는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그녀는 여전히 나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아기를 건들 생각이 없다는 걸 알려야겠다. 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 케이크들을, 나의 찬이를 지켜야 한단 말이야. 나는,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예의 바른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기는 건들지 않아요, 다만 앞으론 더 조심하세요, 언제 어디서 다른 포크가 나타날지 모르니까.”

 

 

 

-

 

 

 

오늘 아기를 건들지 않았던 일은 참 잘한 일이야, 스스로를 다독이며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 몸을 실었다. 거울 속의 나, 아침의 나보다 더 야위어져 있었다. 뭐라도 먹어야 하는데,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으니 정말 무언가 먹고 싶단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위로, 위로 향했다. 3, 4. 엘리베이터의 닫힌 문 틈새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이 엘리베이터 안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이 좁은 공간 안에 나 홀로만 서 있다. 머리가 아찔해져왔다. 마치 무중력 상태처럼,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이 좁은 우주 같은 공간에, 나 혼자. 발밑의 땅이 꺼지는 느낌이었다. 아래로, 아득한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머리를 부여잡았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움, 그러나 엘리베이터는 여전한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12, 13. 올라갈수록 저 쇠문 너머 찬이 그만의 향이 아스라이 풍겨져왔다. 내가 포크가 된 이후부턴, 항상 이 시간, 그의 냄새가 풍겨져 올 때가 가장 괴로웠다. 바로 옆집에 살면서도, 옆집에서 달콤한 그의 향기가 폴폴 나오는데도, 차마 내가 건들면 안 되기에, 그걸 알기에.

 

17, 우리 집, 나와 찬이의 집 앞에 엘리베이터가 도달했음을 알리는 소리. 엘리베이터 문이 조용히 열렸다. 문이 열리면 먼저 보이는 찬이네 집, 서로가 오고가기 수월하도록 항상 깨끗이 비워져있었던 너와 내 집 사이의 복도, 그 끝에 위치한 우리 집.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우리 집을 바라보았다. 내 시야 끝엔, 찬이가 문 앞에서 앉은 채로 잠들어 있었다. 두 다리를 꼭 모아 양손으로 감싸 쥐고 있는 모습이, 내겐 아까의 그 아기와 엄마를 떠올리게 했다. 마른 침을 삼켰다. 역시, 너무나도 단 향이 틈새를 파고들어 풍겨져왔다. 다른 케이크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나를 가장 홀리게 만드는 그 향이.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차갑다, 얼마나 오래 여기 있었던 걸까.

 

 

 

“....?”

 

무거운 눈꺼풀을 게슴츠레 떠 나를 쳐다보는 그 눈망울이 뜨겁다.

 

“....형이야? 진짜 순영이형이야?”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추웠을 텐데, 집에 들어가 있지, 왜 여기 나와 있어, 했더니, 찬이의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였다. 두 눈에 맺힌 이슬, 그 냄새는 또 다른 독특한 향을 풍겼다. 미묘하게 무언가 다른, 그러나 여전히 달콤한 향기.

 

아니....집에 있으면 형이 안 만나 주니까....”

 

울먹거리는, 그 목소리가 너무 달았다. 미쳤어, 권순영. 이젠 하다하다 목소리까지 달데.

 

 

 

 

“......보고 싶었어, , 정말,”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대로 찬이의 입술을 먹었다. 두 손으론 그의 얼굴을 감싸 쥔 채. 말을 다 잇지 못한 찬이의 입술이 꼬물거렸다. 세상에, 그의 입술을 문 그 순간, 정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정말이지 황홀했다.

그의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저번처럼 피가 나지 않게. 그래도 여전히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네가 좋다. 두 눈을 꾹 감고, 두 볼은 또 발그레해진 채 나와의 키스에 집중하는 네가, 너무나도 좋아 미칠 것 같았다. 우리 집 앞 복도에서 한참동안 얽히고설켰던 서로의 혀는, 진득한 소리를 내며 서로의 타액을 길게 늘어트리는 것으로 떨어졌다. 조금 숨이 찼는지, 너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금세 붉어진 너의 두 뺨, 아아, 예뻐. 난 너에게 숨을 고를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고 다시 너의 입술을 탐했다. 그래도 찬이는 날 밀어내지 않았다. 그대로, 나의 혀를, 내 입술을, 내 욕망을 받아주었다. 한참동안 붙어있던 탓에 퉁퉁 불어있었지만, 여전히 달콤한 너의 입술. 이번엔 강하게, 너의 입술을 꽉 물었다. 의도한 건 절대 아니다. 그저, 본능이 그랬을 뿐.

너의 뺨을 잡고 있던 내 손바닥이 순간 뜨거워짐을 느꼈다. 너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

 

 

그 순간, 찬이의 얼굴 위로 오전에 본 여성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아파?”

 

 

울먹이며 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 케이크만은 건들지 않으려 그렇게 노력했는데, 너를 지키기 위해서, 널 계속 내 곁에 두고 싶어서.

 

죄책감에 얼굴을 푹 숙였다. 일단 찬이를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그 이후론 내가 이사를 가거나 하면 되겠지. 너만은, 내가 너만은 건들지 않을 테니까.

너를 집에 보내기 위해, 시선을 들어 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전히 얼굴엔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분명, 너는 웃고 있었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내게 다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여전히 너는 웃고 있었다.

고개를 조금 돌려, 네 뺨을 흐르고 있는 눈물을 혀로 핥아 올렸다. 네 몸이 크게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입술과는 또 다른 독특한 맛, 난 그 눈물이 다 마를 때까지, 조금은 질척하게 다 핥아냈다. 너는 여전히 가만히 볼만 붉히고 있었을 뿐이다.

나의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너의 얼굴, 그 조그만 얼굴 안에 눈, , 입이 올망졸망하게 들어 차 들어가 있는 것이 너무 예뻤다. 찬이는 지금까지 꼭, 감아왔던 눈을 떴다. 너의 눈 안에 가득 들어차는 나, 내 눈동자 안의 너. 방금까지 격하게 키스하다 갑자기 가만히 있는 꼴이 우스웠는지, 너는 씩, 눈동자가 반으로 접히는, 고른 치아가 훤히 다 보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너의 그 예쁜 웃음을 보였다. 나를 홀리는, 그 웃음.

 

 

 

 

, 머릿속에서 뭐 하나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찬, 날 도발한 건 너야.

 

 

 

그의 목덜미에 입술을 격하게 묻었다. 바닥에 주저앉아있던 너와 나의 몸을 일으켜 세우고, 한 손으론 너의 뒷목을 감싸 쥔 채, 한손으로 우리 집의 문을 열었다. 열자마자 보이는 건 나의 침실.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찬아, 너의 목에선 또 다른 향이 나는구나. 그 하얀 목덜미에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찬이는 옅은 신음을 내뱉으며 하얀 침대위로 엎어졌다.

뽀얀 피부, 붉어진 두 볼. 잘 달궈진, 너와 나, 그 눈동자. 침대에 누워 날 바라보고 있는 너는 마치, 붉고 탐스러운, 잘 익은 체리가 눈부시도록 새하얀 생크림 위에 얹어져있는 듯 한 모습이었다.

 

그대로 찬이의 셔츠를 벗겼다. 살갗에 닿는 공기가 찼나보다, 너는 작게 몸을 움츠렸다. 우리 찬이 추우면 안 되지. 그대로 너의 몸 위에 내 몸을 포갰다. 차가운 공기 탓인지, 너의 유두는 이미 빳빳하게 서 있었다. 그 순간에도 짙게 풍겨오는 달콤한 너의 향. 내 눈 앞의 것을 그대로 입에 담았다. 움찔, 너는 작은 교성을 질렀다. 달콤해, 옷 속에 숨겨둔 은밀한 살이라 그런지, 그 맛과 향은 더욱 진하게 풍겨져왔다. 입 안에 너의 유두를 문 채 강하게 빨아 올렸다. , 나의 입술과 너의 살결이 떨어지는 소리, 조금 야하게, 방안에 가득 울렸다. 세상 사람들, 이리 좀 와 봐요. 우리 찬이가 이렇게나 달콤하다니까요. 다시 너의 유두를 입에 물었다. 다른 한 쪽의 유두는 손으로 살살 문질렀다. 순간 너의 허리가, 흥분으로 튀어 올랐다. 이렇게 강하게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장난기가 떠올랐다. 이 순간에도 너에게 장난치고 싶은 걸 보면, 아직 이성이 남아있는 것도 같았다. 그 와중에도 너의 향은 예고도 없이 다시 나의 빈 틈을 파고들었다. 입 안에 담긴 너의 분홍빛 돌기를 난 혀로 둥글둥글 돌리기도 하고, 쿡쿡 찌르기도 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반응을 해주는 네가 좋았다.

 

조금씩, 너의 아래에선 또 다른 향이 피어올랐다. 지금껏 맛 본 그 어떤 향보다도 달콤한, 진득한. 손을 슬금 움직여 순식간에 너의 브리프까지 벗겨 내렸다. 이미 조금 젖어 있던 너의 것. 그대로 입에 물었다. 너는 크게 탄성을 질렀다.

 

 

흐으.......수녕이형....”

 

 

나의 뜨거운 입 안에서, 귀엽게 움찔거리는 너의 것. 천천히, 고개를 앞뒤로 움직였다. 너의 것은 내 입 안에서 더욱 달아올랐다. 달콤하다. 사탕 같았다. 네가 주었던 그 청포도 사탕보다 훨씬 달콤할 거야, 분명. 다시 너의 것에 신경을 집중시켰다. 포르노 영화에서나 나올 법하게, 마치 기다란 막대사탕을 빠는 것처럼, 너의 기둥을 잡고 핥아 올렸다. 조금씩 흘리는 너의 쿠퍼액, 아아, 달다. 너도 서서히 이 감각에 익숙해졌는지,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간을 살짝 좁히고 나지막한 신음을 내며 허릿짓을 시작하는 너, 나는 아랫배가 묵직해져 옴을 느꼈다.

너와 나의 이 움직임, 슬슬 이 상황을 즐기기 시작한 너를 보며, 난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너의 것을 입안에 가득 담은 채, 이빨을 살짝 세워 다시 고개를 앞뒤로 움직였다.

 

 

, 아앗, 흐으......, 하앗..”

 

색스러운 신음, 그 신음소리마저 달다. 달콤하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그 여린 살의 감촉, 뜨거운 꿈틀거림. 예상은 했지만, 예상했던 만큼 달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더, 달콤했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아아, 세상을 다 가진 것 마냥 행복하다.

 

 

고개를 들어 올려 다시 한 번 너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붉은 얼굴로 색색거리며 신음을 참고 있는 너, 그 모습에 나는 너의 입술에 키스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입술에 느껴지는 감촉에, 너는 두 눈을 똥그랗게 뜬 채 날 쳐다보았다. 공포감도, 두려움도 아닌, 마냥 나를 위한, 나만을 위한 그런 눈빛. 너의 그 모습은, 나로 하여금 미소 짓게 만들었다.

 

혀를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밀어 넣었다. 숨이 조금 막히는지 금세 들떠 오르는 너였다.

몸 속 깊은 곳까지, 너의 향기로 가득 차오르는 듯 한 느낌이었다. 마치 몸 안에 가벼운 가스가 차서, 조금만 움직이면 공중으로 떠오를 것 같은 그런 느낌.

 

서로 끈질기게 얽힌 혀 너머로 흘러들어오는 뜨거운 너의 향기에, 난 다시 한 번 미소 지었다.

 

 

 

아아, 넌 아주 은밀한 이곳까지 달구나.

 

 

그 향에 취해, 난 오늘 밤은 잠을 못 이룰 것 같다.

 

 

오늘 밤, 나만의 체리는 그 붉은 속살과 과즙을, 내게 모조리 내뱉었다. 하얀 침대 시트 위로 붉은 꽃을 피웠다.

 

 

 

 

 

-

 

 

저의 합작 주제는 '식욕' 이었습니다!! 나름 식욕과 색욕을 섞어 표현하고자 했는데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네요8ㅅ8

수위... 이렇게 노골적(? 인건 또 처음이라 부끄럽게두 하구ㅋㅋㅋ

같이 합작에 참여하신 분들 중 금손분들도 많으니까 같이 봐주셨으면 조켔습니다 헤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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